[한겨레 사설] '흔들림 없이 국정운영'하겠다는 오만과 불통

2016. 10. 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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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국정운영을 해나갈 의지를 갖고 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28일 밝혔다. 정치권이 제안한 거국내각 제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미증유의 국가적 대재앙을 일으킨 장본인이 본인이라는 사실도, 만신창이가 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자격과 능력이 자신에게 없다는 사실도 박 대통령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엉뚱한 현실인식을 접하며 더욱 아득한 절망감이 밀려온다.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시키고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한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태연히 말하는 것부터 정상적인 정신 상태는 아니다. 박 대통령의 위상은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붕괴해버린 상태다. 10%대로 추락한 대통령 지지도가 말해주듯이 박 대통령은 이미 현실적으로도 대통령의 지위를 상실했다. 국정운영을 열심히 하네 마네 할 처지가 근본적으로 아니다. “국민 불안 해소”란 말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불안 해소’가 아니라 ‘불만 해소’다. 봉건국가만도 못한 나라로 전락해버린 부끄러운 나라 꼴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해소해달라는 처절한 외침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말하는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일관해온 오만과 불통의 자세로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나라 꼴이 더욱 엉망이 되든 말든, 국민이 더 큰 치욕과 수모를 겪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여기서 밀리면 절대 안 된다’ ‘아직도 많은 국민은 내 편이다’라는 오만과 착각이 여전히 박 대통령의 의식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순실 게이트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 등이 교체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그 정도의 물갈이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지금 국민은 청와대 참모진 정도가 아니라 박 대통령 자신을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대학가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탄핵과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것이 이를 웅변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초토화된 나라를 그나마 재건할 수 있는 길은 대통령이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비로소 열린다. 대통령 직무수행을 자체적으로 정지하고 대통령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되겠다고 나서는 등의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파문을 벗어날 길은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박 대통령은 미몽 속에서 헤매며 꼼수와 시간벌기에만 몰두한다. 박 대통령은 도대체 나라를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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