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대통령 조사' 없이 뭘 밝히겠다는 건가

입력 2016. 10. 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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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이 27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특별수사본부를 새로 꾸리면서 대통령은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라며 수사할 뜻이 없음을 공언했다. 현직 대통령 수사가 가능한지를 놓고 법적 논란이 있긴 하나 진상규명에 박근혜 대통령의 진술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의 40년 멘토가 대통령의 힘을 빌려, 대통령급 국정농단과 비리를 저지른 만큼 대통령의 협조 없이는 진실규명도 불가능하고 국민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 스스로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며 사죄를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참모들이 취한 태도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한겨레>가 지난달 20일부터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비리를 폭로하는 내내 청와대 참모들은 “답변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버텼다.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건너간 물증이 나온 뒤인 25일 국민에게 사과하면서도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으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엔 그만두었다”며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청와대 참모들과 최씨의 인터뷰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이미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증거인멸과 말맞추기에 들어간 인상이 짙다. 물증이 확실하게 드러난 것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시인하고 나머지는 모조리 부인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태에서 가뜩이나 신뢰도 바닥인 검찰이 20일 만에야 겨우 뒷북 압수수색에 들어갔으니 누가 그 결과를 믿겠는가. 더구나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씨는 소재 파악조차 못 하고 있고, 범죄의 ‘진앙’이라 할 청와대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쏙 빼놓았으니 국민의 조롱을 자초하는 꼴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의 구성과 운영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정부 문서를 유출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최씨의 치부와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가 짙다. 걸림돌이 되는 장관까지 잘라내며 인사권을 휘둘렀으니, 최씨 범죄의 공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임기 중에 기소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증거 확보를 위해서라도 ‘수사는 할 수 있다’는 건, 헌법학자이자 친박인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도 책에서 인정하는 사실이다.

검찰이 이제라도 ‘우병우 아바타’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성역’을 허물고 당장 청와대부터 압수수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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