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꼼수'와 '우기기'로 깔아뭉개겠다는 건가

입력 2016. 9. 28. 18:46 수정 2016. 9.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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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근혜 정권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할당해서 (모금)한 거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나오는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의 증언이다.

이 녹취록 내용은 사실 크게 놀랄 만한 것도 아니다. 힘센 재벌들이 그처럼 일사불란하게 기금을 낸 것이 배후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논의를 해서 기금을 모았다”는 전경련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녹취록 내용은 전경련의 허위 주장을 일거에 허물며 안종범 수석이 기금 모금 과정의 핵심인물임을 폭로하는 중요한 증언이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해당 기업들도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여기는가. 기어이 정상적인 기부라고 우기고 싶으면 기부 문제를 논의한 이사회 기록이라도 공개하면서 주장하는 것이 옳다.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이 타당한 절차와 과정을 생략한 채 이뤄졌다면 배임이나 횡령 등 민형사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음은 전경련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나마 타격을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한 점 거짓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청와대가 여전히 “일방적인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깔아뭉개는 것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녹취록 내용은 ‘일방적인 의혹 제기’가 아니라 미르 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 관계자가 육성으로 밝힌 ‘당사자의 구체적인 증언’이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외면’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과거 정권은 이런 사안이 터지면 최소한 당사자를 상대로 내부 진상조사라도 벌였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권은 진상조사 시늉조차 내지 않고 ‘안 수석이 아니라면 아니다’라며 막무가내로 우기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밑에서 일하던 특별감찰관보 등 특별감찰관실 별정직 6명에게 ‘자동퇴직’을 통보한 것은 더욱 치사한 꼼수다. ‘별정직 직원은 특별감찰관의 임기만료와 함께 퇴직한다’는 특별감찰관법 시행령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완전히 엉터리 법해석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임기만료’를 한 게 아니라 ‘중도하차’했다. 특별감찰관의 부재 시에는 특별감찰관보 등이 업무 공백을 임시로 메우도록 하는 게 상식인데 오히려 잘라버렸다. 이런 비상식적인 ‘인사만행’을 저지른 이유는 자명하다. 이 전 특감에 이어 이들도 국회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꼼수다. 우리 국민은 지금 염치도 상식도 없이 오직 꼼수 부리기에서만 달인의 경지에 오른 최악의 ‘막무가내 정권’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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