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검증 덮으려 '음주 경찰청장' 임명 강행했나

입력 2016. 8. 24. 17:26 수정 2016. 8. 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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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거센 논란을 빚은 이철성 후보자를 새 경찰청장에 공식 임명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것도 모자라, 직업을 거짓 진술해서 징계를 피했던 사람이 법을 집행하는 경찰 총수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빗발치는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는 대통령의 무신경과 오기가 새삼 놀랍다. 음주운전 자체도 문제지만 앞으로 거짓말을 해서라도 고위직에 오르면 된다는 풍토가 대한민국 정부에 만연할 텐데, 이런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와 권위 상실이 더욱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이 즐겨 쓰는 ‘국기 문란’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소리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보내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재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청문보고서가 오지 않자 단 하루의 기한을 정해서 국회에 보고서를 재요청했고 그 하루가 지나자마자 곧바로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경찰 총수 자격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국회를 설득하거나 국민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은 아예 하질 않은 것이다. 이런 식의 ‘내 맘대로 인사’를 계속할 거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시늉은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철성 경찰청장의 음주운전과 거짓말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에겐 알리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대통령 인사참모로서 우병우 민정수석은 ‘부실 검증’과 심각한 ‘판단 착오’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바로 이 점에서,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건 실은 우병우 수석의 ‘부실검증’을 덮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우병우 수석 비판을 ‘현 정권을 식물 정권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받아들이는 대통령 인식으로 보면, 우 수석 보호를 위해 공직 기강과 원칙을 허문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여론과 단절한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 이 정도까지 왔는데도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집권 여당의 무능함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배 경찰관이 음주사고를 냈을 때 과연 징계하고 해임할 수 있겠나’라는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는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사람을 기어코 치안 총수 자리에 앉혀서 우병우 한 사람을 보호하겠다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의 오기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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