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간 125조 적자 내고도 태평한 세제개편안

2016. 7. 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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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국내총생산의 2%를 넘은 것은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3.8%) 딱 한 차례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엔 적자 폭이 아무리 커도 1.2%(2001년)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2014년부터는 올해까지 3년 연속 2%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향후 세수엔 거의 영향이 없는 내용의 내년 세제개편안을 28일 내놨다. 결국 2%대 재정적자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체계를 크게 손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 증세는 있었다. 지난해부터 담뱃세를 크게 올려 담배 세수가 3조6천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담배 세수는 10조5천억원인데,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14년 7월부터 발전용 유연탄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해 지난해 2조원을 거뒀다. 이번 개편에서 세금을 추가로 25%를 올리는데,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 거래가 활발해 지난해엔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수입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도 재정적자 폭이 계속 2%를 넘는 것은 지출 증가율에 견줘 세입 증가율이 낮기 때문이다. 기업 소득은 늘어나는데 과거 누적된 법인세율 인하 조처로 법인세수가 그다지 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을 보면, 노무현 정부 5년간 국민계정의 법인소득 대비 법인세수는 평균 23%였으나, 이명박 정부에선 20%로, 박근혜 정부(2013~2015년)에선 18.4%로 줄었다. 소득세수는 소득의 5.4%에서 6.0%, 6.9%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이런 재정운용의 결과는 재정적자 규모의 확대,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누적 재정적자는 10조9천억원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엔 98조8천억원으로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올해 말까지 4년 만에 124조7천억원이 불어난다.

나라 살림은 알뜰하게 써야 한다. 하지만 국가가 제구실을 할 수 있게 재정수입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복지 확대는 극구 외면하면서 나랏빚은 크게 늘려놓은 박근혜 정부는 끝까지 세수 확충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저런 ‘세제 지원’으로 생색은 내면서 복지의 싹은 아예 잘라버리자는 속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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