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브렉시트 영국'의 무책임한 행태

2016. 6. 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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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국의 무책임한 행태가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하기까지의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의 모습도 전혀 세계 5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답지 못하다. 지구촌의 반영국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초점이 된 것은 영국과 유럽연합 쪽의 탈퇴 협상 시작 시기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상 하루라도 빨리 협상을 시작하는 게 좋다. 그래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의 금융시장 혼란도 지구촌의 생산과 소비, 교역 등에 끼칠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불확실성 탓이 크다. 유럽연합 6개국 외무장관들도 25일(현지시각) 공동 기자회견에서 탈퇴 협상이 즉각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 문제를 오는 10월 자신이 사임한 뒤 새 총리가 결정할 몫으로 넘겼다. 후임 총리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역시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런 태도에는 유럽연합 시장 접근권 등 영국이 그동안 누린 혜택은 유지하면서도 부담은 모두 털어버리겠다는 자국 중심주의가 작용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강하게 주장해온 영국 정치인들이 이후 영국의 진로와 관련해 뚜렷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들은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선동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투표 이후 국민에게 하는 말이라곤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낙관론뿐이다. 여기에다 투표가 과열되다 보니 브렉시트 찬반 진영 사이에 쌓인 감정적 앙금도 만만찮다. 유럽연합을 인질로 삼은 정치 싸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금 지구촌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사회나 안보 관련 사안에서도 갈수록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지구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번의 브렉시트와 같은 사태가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브렉시트는 국내에서는 북부 스코틀랜드 지역 등의 독립 움직임을, 유럽 차원에서는 역시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네덜란드·프랑스·슬로바키아 등의 극우정당을 고무하고 있다. 극우적 발언을 되풀이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또한 브렉시트를 노골적으로 찬양한다. 브렉시트 사태는 영국과 같은 전통적인 강국도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궁지에 몰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이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위상은 더 취약해질 것이다. 특히 영국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지금과 같은 세계에선 어느 나라든 두 가지가 함께 요구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것과 더불어 멀리 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그것이다. 잘 조율된 국제 협력이 이전보다 더 요구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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