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의역 참사, '위험 외주화'가 주범이다

입력 2016. 5. 31. 19:16 수정 2016. 5. 3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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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살 지하철 노동자의 어이없는 죽음을 애도하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가 남긴 가방에 담긴 컵라면과 나무젓가락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온라인에는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몇년째 되풀이돼 왔다는 사실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제라도 차분히 되짚어보고 대책을 다시 다듬는 것만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일 것이다.

서울메트로 협력업체 직원 김아무개군은 5월29일 오후 5시55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고장 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고치다 2분 뒤쯤 승강장에 들어오던 열차와 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서울메트로 쪽은 김군이 구의역 쪽에 보고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열차 운행 조정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인1조’ 작업 원칙의 안전매뉴얼 자체가 지켜지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면 사고를 갓 입사한 김군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님은 자명하다.

2013년 서울 성수역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한 뒤 서울메트로 쪽이 안전매뉴얼을 만들었으나 2인1조 지침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인원이 부족했다고 한다. 혼자 일할 때도 인력이 부족했는데 2인1조 지침을 만들면서 그만큼 증원은 하지 않았으니 비현실적인 지침이었던 셈이다.

또 안전문 오작동이 1시간 이상 계속되는데도 폐회로 화면을 통해 승강장을 볼 수 있었던 구의역 역무원들이 사고 순간까지 아무 조처 없이 속수무책이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위험작업의 외주화에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잇따른 사망사고에서 드러났듯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악습이 이번 구의역 사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원청에 비해 열악한 하청업체는 안전보다 경비 절감을 우선하기 마련이다. 같은 일을 정규직이 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구간과 달리 외주업체에 맡긴 서울메트로 담당 구간(1~4호선)에서만 사망사고가 3차례나 발생한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2014년 안전문 관련 고장·장애가 서울메트로 관리 구간에서 도시철도공사 구간보다 6배나 많았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위 조사와 대책 마련은 물론 인명과 안전보다 돈과 효율을 중시해온 시스템, 이 사회에 만연한 외주화 문제도 정면으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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