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안부 해결 더 어렵게 할 '위안부 재단'

입력 2016. 5. 3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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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군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31일 발족했다. 정부가 피해 할머니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일 12·28 합의 밀어붙이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시도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키워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게 분명하다.

정부의 무리한 행태는 준비위원회 발족과 관련한 ‘꼼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부는 설립될 재단이 정부 주도 조직인데도 ‘비영리 민간 재단’이라고 말한다. 이 재단과 관련한 국회 심의 등을 피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진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 개원 직전에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재단에 내기로 되어 있는 10억엔이 ‘사실상 배상의 성격이 있다’는 정부 설명도 일본이 전혀 수긍하지 않는 작위적인 해석이다. 김태현 준비위원장이 “치유금이지 배상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과도 충돌한다.

한 달쯤 뒤 출범할 재단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선 사업 내용을 두고 한-일 사이에 이견이 있는데다 일본 쪽이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가 얼마 안 되는 돈에 코가 꿰일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피해자 다수와 시민사회가 한·일 정부 주도의 재단 설립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은 민변을 통해 12·28 합의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다. 일본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15개 연구단체도 오랜 논의 끝에 12·28 합의를 비판하는 ‘연대 성명’을 30일 발표했다.

위안부 문제가 갈수록 꼬이는 것은 한·일 정부가 그릇된 합의를 모두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온건한 연대 성명조차 “정부 사이에 일방적으로 ‘해결’을 선언하고 이후 논의를 봉쇄하는 듯한 수법으로는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없다”고 했다. 지구촌 어디서나 과거사 문제를 푸는 데는 공식이라고 할 만한 절차가 있다. 진상규명, 사죄,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육, 기념사업 등이 그것이다. 12·28 합의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재협상이 불가피하다. 막 개원한 20대 국회에는 12·28 합의가 법적·정치적·외교적으로 무효임을 확인하고 두 나라의 책임 있는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돼 있다. 두 나라 정부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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