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즉흥적이고 앞뒤 안 맞는 초강경 대북 대응

2016. 2. 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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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앞을 내다보는 청사진도 없이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대처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지는 초강경 조처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이어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에 접근하기는커녕 새로운 갈등과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모순의 극치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6160억원의 현금이 결국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까지만 해도 개성공단은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생모델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안전판 구실을 톡톡히 했다. 2013년 북쪽이 공단 가동을 몇 달 동안 중단시켰을 때는 우리 정부가 북쪽을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정부 입장이 갑자기 백팔십도로 바뀐 경위도 명확하지 않다. 남북 관계의 성격을 크게 바꾸는 결정이 공론화 과정도 없이 극소수의 자의적 판단으로 내려진 것이다. 이제 남북 관계는 최소한의 교류·협력도 없이 대결의 악순환을 되풀이한 과거 유신 시절을 연상시킨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발표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협의’ 또한 지금 상황과 걸맞지 않은 것은 물론 동북아 정세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부 스스로 밝혔듯이 사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켓)과는 무관하다. 사드가 북한 핵 문제를 푸는 수단이 될 수도 없다. 또한 정부 관계자들은 사드가 대중국 압박 수단의 하나임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밀어붙이는 미국의 구도 속에 확실하게 발을 담그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그 빌미일 뿐이며,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화함으로써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국제공조는 더 어렵게 됐다.

앞뒤 안 맞는 정부 대응은 핵실험 직후부터 시작됐다. 휴전선 지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그것이다. 이 조처가 핵 문제 해법과 무관하다는 점은 정부도 시인한다. 정부가 기대하듯이 북쪽 정권에 고통을 주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반면 부작용은 분명하다. 북한 핵실험에 비판적이던 중국이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거리를 두게 된 게 대표적이다. 확성기 방송 역시 해당 부처도 잘 모르는 가운데 갑자기 결정됐다.

이제까지 대북 대응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아주 긴요한 중국을 국제공조에서 밀어내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조금씩 구체화하는 것도 큰 부작용이다. 오랫동안 쌓은 남북 관계의 토대 역시 한꺼번에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핵·미사일 문제를 풀겠다는 건지도 알 수가 없다. 새달 초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시작된다. 남은 수단이 이런 무력시위밖에 없다면 사태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그릇된 대응은 핵·미사일 문제 악화에 더해 한반도 관련국들 사이의 다차원적 갈등 구조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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