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토관리 큰 오점 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입력 2015. 8. 28. 20:50 수정 2015. 8. 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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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8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했다.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을 수 없다고 두 차례나 부결시켰던 사안을 같은 위원회가 정반대로 뒤집고 말았다. 대규모 자연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추진 과정에서 법 취지와 절차도 철저하게 무시됐다. 국토 관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그릇된 결정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이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오색 약수터 인근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의 서식지다. 아고산 식생이 자생한다는 점에서도 보존 필요성이 매우 큰 곳이다.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전지역이며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고 천연보호구역이며 백두대간보호지역에 들어가는 국립공원 구역이다. 국립공원위는 2012년 6월, 2013년 9월 심의 때 바로 이런 점들을 고려해 지극히 당연한 결정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케이블카 추진을 지시하면서 억지 주장들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오색지역 방문자와 케이블카 탑승자 수를 크게 부풀려 경제성을 과장했다. 양양군은 그곳에서 산양 등의 배설물이 발견되었을 뿐 서식지가 아니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강풍으로 케이블카가 탈선할 위험성을 전문가가 경고했으나 양양군은 노선에서 꽤 떨어진 지역의 기상 관측자료를 들이대며 안전성을 강변했다. 이쯤 되면 국립공원위 심의 단계에서 새로 제시된 자료의 비합리성을 지적하고, 기왕의 판단을 바꿀 이유가 없음을 확인하는 게 마땅했으나 국립공원위는 정반대로 했다. 자연 보존 책임을 맡은 정책기구로서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처사다.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은 전국의 국립공원을 국립유원지로 만들도록 빗장을 푸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결정을 보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산지 개발사업을 앞다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잖아도 정부는 산 정상에 관광호텔과 식당까지 짓도록 규제 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다가 전국의 명산이 모두 유원지로 탈바꿈하지 않겠는가. 전임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하천을 훼손했다면 지금 정부는 산으로 가서 4대강 사업을 벌이려는 꼴이다.

정부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자고 한다. 산을 이용해 돈을 더 벌어보자는 발상이다. 그러나 산은 단순한 돈벌이 공간이 아니다. 산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도 공존하고 공유해야 하는 곳이다. 한번 훼손한 자연은 복원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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