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종섭 장관, 그런 사과로 면책 안 된다

입력 2015. 8. 28. 18:30 수정 2015. 8.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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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로 논란을 일으킨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하지만 이날의 사과로 정 장관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과의 시점이나 내용 등으로 볼 때 진정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물쩍 여론을 다독여 자신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묻어난다.

제대로 된 사과란 신속하고도 솔직해야 하며 구질구질한 변명과 사족이 붙어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점에서 정 장관의 사과는 낙제점이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뒤 일절 입을 열지 않은 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새누리당도 "정 장관의 발언은 '주어'가 없는 덕담 수준의 발언"이라는 억지 해명으로 그를 엄호했다. 정 장관은 애초 사과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가 상황이 여러 가지로 불리하게 돌아가자 마지못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과문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평소 술을 잘하지 못하는" "건배사가 익숙지 않아서" 따위의 구차한 변명 일색이었다. '쿨하게' 잘못을 시인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오게 돼 송구하다"는 말은 사과의 진정성 자체를 크게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 장관의 말을 뜯어보면, 애초 자신의 발언은 사과할 게 별로 없는데 '결과적으로 상황이 이렇게 된 게 송구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불필요한 논란"이란 말에서는 야당 쪽에서 죄 없는 자신의 발언을 걸고넘어져 '쓸데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문제라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분명히 말하지만 정 장관의 건배사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한 논란'이다.

정 장관은 그나마 사과라도 했지만 역시 선거중립 위반 논란을 빚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오히려 적반하장의 모습까지 보인다. 그는 "당의 총선 일정이나 여러 가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야당에서 문제 삼고 있는 데 대해 "일방적인 정치공세"라며 "과거 정부에서는 당정협의를 안 했나"라고 역공을 가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 당정협의 문제가 아닌데도 엉뚱한 논리를 동원해 초점을 흐리는 것이다. 최 부총리의 속마음이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에 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일단 솔직히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이 보기 매우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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