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 리스크' 실상 보여주는 롯데그룹 승계다툼

입력 2015. 7. 31. 18:50 수정 2015. 8. 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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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롯데그룹 2세 간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인 동주·동빈 형제는 각각 언론을 상대로 상대방 헐뜯기에 나섰고, 이해관계에 따라 총수 일가의 편가르기 움직임도 활발하다.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 하지만 결론과 관계없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은 이미지 손실과 함께 위상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총수 일가 스스로 초래한 일이니 누굴 원망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롯데 사태'가 결코 한 재벌에 한정된 일이 아니란 점이다. 무엇보다 분쟁의 불씨가 후계 승계와 맞물려 지펴졌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재벌가의 후계 승계는 현재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뜨거운 감자'다.

총수 일가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려다 보니 지분구조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일쑤다. 3대, 4대로 넘어오면서 승계 과정과 맞물린 이해당사자 수 또한 더욱 많아졌다. 과거보다 성장동력이 떨어진 탓에 몫을 나누는 일도 여의치 않다. 이럴 때일수록 투명한 원칙과 절차, 합리적인 승계 규범이 더없이 절실하거늘, 재벌 일가의 인식과 행동은 놀라우리만큼 한참 뒤처져 있다. 이런 탓에 각종 편법·불법 꼼수와 볼썽사나운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 재벌은 덩치만 비대해졌을 뿐, 체력(경쟁력)과 머리(판단력·인식)는 그에 따르지 못하는 기형에 가깝다. 이런 상황은 낡은 재벌체제가 21세기 최첨단 시대의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과거엔 특정 재벌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가 해당 그룹의 안정성을 해치는 '오너 리스크'만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다. 우리 경제 전체가 '재벌 리스크'라는 더 큰 위험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꼴이다.

재계는 그간 '기업인 사면 요구'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왔다. 하지만 뒤돌아서서는 기업 경영권이 사유물인 양 이전투구나 벌이는 상스러운 모습을 되풀이해왔다. 재벌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경제를 살리려면 죄지은 기업인도 통 크게 사면해줘야 한다는 따위의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롯데가의 싸움을 보면서 국민들 눈엔 정작 누가 우리 경제를 망치고 있는지가 너무 분명해졌다. 재벌이 한국 경제의 우환이 되는 걸 막으려면 서둘러 재벌 리스크를 없앨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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