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의현 복권 파동과 조계종의 개혁정신 후퇴

2015. 7. 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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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월29일 서울 불광사에서 열린 조계종 대중공사에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사면·복권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는 선언이 나왔다. 이 선언은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조계종 책임자 등 승·재가 140여명이 모여 8시간의 격론 끝에 낸 발표문인 만큼 종단 공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종단의 대법원 격인 재심호계원이 서 전 총무원장의 복권 판정을 이미 내렸기 때문이다. 재심호계원은 1994년 멸빈(승적 박탈)된 서 전 총무원장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6월18일 징계를 '공권정지 3년'으로 확정했다. 사실상 승적을 복권해준 것이다.

문제를 푸는 현실적인 대안은 재심호계위원들이 잘못된 판결을 사과하고 전원 사퇴하는 것이다. 대중공사에서도 '재심호계위원들은 판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권고했다. 자승 스님도 "논란이 종식될 때까지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므로, 승적부 발송 등의 후속 조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헌종법을 개정해 재심호계원의 판결을 번복하는 등의 조처가 없다면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이 이렇게 꼬인 데는 조계종에서 서 전 총무원장이란 인물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대중공의를 묻지 않고 사면을 추진한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서 전 총무원장은 조계종의 구시대와 새 시대를 가르는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정교 유착, 비리, 범계 등으로 지탄을 받고 폭력배까지 동원하며 총무원장 3선을 강행하려다 1994년 3천여명의 승려가 참여한 전국승려대회의 결의에 의해 쫓겨났다. 그런데 그의 안방 격인 대구 동화사의 방장이기도 한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교시를 내려 서 전 총무원장의 사면을 독려하고, 재심호계원장 자광 스님이 총대를 메 사면 판결을 내렸다. 자승 총무원장과 성문 종회의장 등 종단 권력자들의 도움이나 협조 없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 전 총무원장이 물러난 뒤 조계종은 월주-고산-정대-법장-지관-자승 총무원장을 거치면서 제도가 정비되고 격세지감의 발전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일부 권승들에 의해 종단이 언제 다시 개혁 전으로 회귀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커지게 되었다. 여기에는 약속을 뒤집고 총무원장에 재임한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 직선제로 선거제도를 고치겠다는 공약도 파기하고, 종단의 주요 직책에 각종 의혹을 산 인물을 앉히는 등 개혁정신을 거스른 데 대한 불만도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종단의 개혁정신을 가늠하는 큰 시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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