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삶의 질' 위협하는 환경영향평가 완화

2015. 7. 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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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가 7월30일 공장이나 산업단지를 더욱 쉽게 짓도록 하겠다면서 환경영향평가 기준과 절차를 여러모로 완화했다. 얼마 전 전국의 유명한 산 정상에도 호텔 등을 지을 수 있도록 산악관광진흥구역을 확대한 데 이어, 환경을 지킬 마지막 보루까지 손을 댄 것이다. 환경기준을 약화시킴으로써 기업들은 얼마간 편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많은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은 더욱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환경영향평가 수질분야 현장조사는 현재 갈수기, 저수기, 평수기, 풍수기 등 네 차례 하고 있다. 하천의 특성상 계절별로 유량이 다르고 오염물질 부하량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한 하천을 보면, 갈수기에 녹조가 심하게 나타났다가 장마 뒤에 완화되기도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가운데 두 차례만 조사하도록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을 때는 현지조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시기를 조절하여 눈속임에 가깝게 현장조사를 하거나 그나마 건너뛸 여지를 만든 셈이다. 중금속이나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과 산업단지가 하천 주변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한 처사다.

환경부가 3만㎡ 미만의 공장·창고를 지을 경우 그동안 30일 안에 완료하도록 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간을 20일로 줄인 것도 문제다. 면적이 작은 공장이라 하더라도 중금속이나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한다면 환경에 끼칠 악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취급 품목에 따라선 환경영향평가를 더욱 꼼꼼히 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공장 설립이 금지된 농업용 저수지 상류 500m 안쪽에도 부분적으로 공장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농업용수와 나아가 농작물까지 중금속 등에 오염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경솔한 조처다.

정부는 이번에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규제개혁 점검회의 겸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환경영향평가 완화 외에도 여러 조처를 일괄 채택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쳐부술 원수" 등의 극단적인 말투로 규제완화를 주문한 데 이어, 정부 차원에서 해당할 만한 거리를 저인망식으로 훑어나가는 듯한 모양새다. 규제를 풀면 일부 집단이 혜택을 보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더욱 많은 불편과 부담을 지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왕의 규제를 재검토할 때는 문제점과 이점 등을 다각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미리 나아갈 방향을 정해놓고 짜맞추기식으로 실적을 집계하듯이 밀어붙이는 지금의 방식은 삶의 질을 해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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