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보다 '대통령 심기'가 더 중요한가

2015. 7. 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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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표결에 불참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엔 들어가겠지만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엔 당론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되더라도 전체 의석의 과반을 점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표결에 불참하면 개정안은 사실상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김무성 대표는 이런 식으로 유승민 원내대표 체면을 세워주면서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흠이 가지 않도록 할 심산인 듯하다.

만약 국회법 개정안을 규정대로 무기명 투표에 다시 부친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의 상당수는 박 대통령과 반대편에 설 것이라고 정치권에선 예상한다. 이게 두려워 국회 본회의엔 일단 참석했다가 표결에만 참여하지 않는 나름의 묘수를 새누리당 지도부가 생각해낸 듯하다. 하지만 이건 묘수가 아니라 꼼수다. 당내 갈등을 미봉하기 위한 책략 속에 국회와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행사를 추인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대통령의 미소는 얻을지 모르나 대의민주주의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재의를 요청한(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은 5월29일 여야 구별 없이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의원들의 찬성으로 통과한 것이다. 그런 법률을 대통령이 거부했다면, 국회에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당한지 어느 쪽이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치열하게 따져봐야 마땅하다. 그렇게 재의 요구안을 다시 본회의 표결에 부쳐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게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바꾸라고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당을 하수인 부리듯 하는 폭압적 태도가 점점 심해지는 마당에 여당이 대통령 심기를 건드릴까 표결마저 포기해 버린다면, 정당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정신은 어떻게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여당과 국회를 대통령 치마폭에 싸버린 김무성 대표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선거로 뽑은 당 대표가 맞긴 한 건지 의문이 든다. 당-청 갈등이 표출할까 봐 원내대표와 상의 없이 국회 운영위를 연기해 버린 걸 보면,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임명직 대표와 하등 다를 게 없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떳떳하게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표결에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면, 왜 태도를 바꿨는지 국민에게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책임지는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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