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계속 꼬리로 몸통을 흔들자는 것인가

2015. 5. 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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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청와대와 국회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청와대는 29일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의 반발은 법리적으로 별로 타당성이 없는데다, 그동안 '법 위의 시행령'이 남발돼온 현실을 돌아보면 적반하장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청와대가 사용한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이란 표현부터가 말이 안 된다. 시행령이나 규칙 등 하위 법령을 만드는 것은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의 '위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 뿐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 아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입법부가 만든 법의 취지와 내용에 어긋나거나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시행령이 수없이 양산되고 있다.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까다로운 과징금 부과 조건을 명시한 정부의 시행령에 의해 무력화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나, 4대강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밀어붙이도록 해준 국가재정법 시행령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물구나무선 풍경은 수없이 많다. 오죽했으면 '시행령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기존 국회법에는 시행령에 대해 국회 쪽에서 이견을 '통보'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사실상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식적 규정에 머물러왔다. 따라서 이제라도 잘못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장치를 마련한 것은 당연한 조처다. 이것은 삼권분립의 역행이 아니라 오히려 행정부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국회 입법권을 재정립하는 일이며, 민주주의의 요체인 견제와 균형의 정신을 복원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정치적 이익 챙기기"라느니 "행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등의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억지 트집 잡기일 뿐이다. 국회가 마치 정부에서 만드는 모든 시행령에 간섭하려는 것처럼 공세를 펴는 것 자체가 국회법 개정의 취지를 왜곡해 국민을 오도하는 일이다. 게다가 국회가 시행령 수정 요구를 하려면 여야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당이 반대하면 쉽게 수정 요구를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청와대의 반발은 결국 법에 위배되는 시행령을 계속 만들어 행정권을 오·남용하겠다는 고집의 표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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