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각한 문제 드러낸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입력 2015. 5. 29. 19:00 수정 2015. 5. 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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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탄저균은 생물무기를 거론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대도시에 이 균 100㎏을 저공살포하면 100만~300만명이 숨질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아주 엄격하게 관리·통제돼야 할 이 탄저균이 갑자기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됐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 연구소에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배송된 탄저균에 미군 실험(훈련) 요원 22명이 노출됐다는 사실은 놀랍다. 미국 쪽은 죽은 탄저균이 아니라 살아있는 균을 보낸 것은 잘못이지만 이후 적절한 의료조처를 해 피해자는 없다고 28일 밝혔다. 단순한 '사람의 실수'일 뿐 별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드러난 문제점이 한둘이 아닌 만큼 이 정도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우선 탄저균과 그 실험에 대한 관리·통제 시스템의 허점이다. 미군은 우편으로 탄저균을 받았다. 공항에서 검역 절차 없이 통과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군대에 탁송된 군사화물에 대해 세관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 규정은 문제가 있다. 미국은 탄저균 반입은 물론 실험 사실도 우리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관련법에 따라 엄격한 규제를 받는데도 주한미군은 법망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탄저균은 지난 1년 동안 미군에 들어왔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벌어진 지금 뒤늦게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면 주권국가라고 할 수 없다.

주한미군이 과연 탄저균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미군은 탄저균의 탐지, 정밀 식별, 조기경보, 생물감시 정보 공유, 백신 개발 등의 실험(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생화학무기에 대비한다는 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에서는 하기 어려운 비밀 실험을 하려고 주한미군을 택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비밀리에 탄저균을 무기화하는 실험을 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더불어 생물무기금지협약의 가입국이지만 검증 이행에는 소극적이다.

미국은 이번 일과 관련해 한국민에게 사과하고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우리 정부가 조사에 제한 없이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일에서 확인된 제도적인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주한미군이 치외법권 구역처럼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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