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사령탑' 기능을 상실한 청와대

2015. 1. 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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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작업이 돌연 중단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30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나서 "전면 백지화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 내용을 보면,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진 사령탑이 맞기는 한 건지 의문이 깊어질 뿐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돌연 건보료 개편 중단을 선언한 게 청와대 지시 때문이란 건 삼척동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고위관계자가 직접 나서 "백지화는 아니다. … 정책이란 부처가 하는 건데, 체크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 당정회의에서 좀더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나름 수습에 나선 것이다.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시행 직전이라도 '체크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옳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건보료 개편작업은 보건복지부에서 1년 넘게 준비해온 사안이다. 그 기간 동안 청와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책을 입안·집행하는 부처 장관이 있음에도 청와대에 분야별로 수석비서관을 두고 그 밑에 정예 인력을 배치한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주장대로 '정책은 부처가 하는 거라서 잘 몰랐는데 나중에 체크해보니 문제가 나오는' 시스템이라면, 지금 청와대는 국정 사령탑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장관은 연내 개편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연내에도 (개편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개편이 백지화된 건 아니라면서 도대체 언제 하겠다는 건지 분명한 대답은 없다. 여론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인 거 같은데, 이렇게 자신 없는 태도로 남은 3년의 임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걱정이다. 문제가 생기면 부처에 책임을 넘기고, 여론이 아니다 싶으면 그에 맞춰 슬그머니 정책 선회를 하는 청와대를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제 갤럽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29%로 또 떨어졌다. 인사 문제에서 비롯한 불신이 전반적인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회의로 확산되고 있는 탓이 크다. 지금 대통령은 핵심 현안과 과제가 뭔지,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옳은지, 제대로 숙고하고 판단할 여유를 갖고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청와대 참모들이 채워줘야 할 텐데, 현 비서실 체제로는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건보료 사태에 대한 청와대 대응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만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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