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람 잡는 악성소비자 갑질 횡포 뿌리 뽑을 때 됐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고객 우선주의’ ‘손님이 왕’이라는 기존 인식을 버리고, 서비스업 종사자와 고객 간 ‘상호 존중 문화’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갑질 횡포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광주의 한 아파트에선 입주민이 자정이 넘은 시각에 큰 소리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던 중 경비원이 “목소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자 담뱃불로 경비원의 얼굴을 지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비원은 입주 매뉴얼대로 늦은 밤 입주민의 소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업무를 수행하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5년간 154차례에 걸쳐 보험사 콜센터 상담원 13명을 괴롭힌 ‘악마의 고객’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몇 천원대의 보험금이 즉시 지급되지 않는다며 길게는 세 시간씩 욕설을 퍼붓고, 수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요구해 일부 상담원은 자기 돈으로 사서 보내 주기도 했다.
서비스업 종사자를 폭행하고 모욕하는 등 갑질 횡포를 부리는 악성 소비자 문제는 수년째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객 갑질로 인해 여성 감정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고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최근엔 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조례를 만들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취임사에서 갑질 횡포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래 각 지방경찰청에서도 최근 특별단속팀을 만들었다. 이런 움직임을 환영한다. 더욱 단호한 공권력의 대처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민간 차원의 노력이다. 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이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전히 기업 차원에서 소비자 우선주의를 강요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각 기업이 단호하게 악성소비자에 대한 대응태세를 만들어 대외적으로 알리고 고발 조치도 해야 한다. 민관이 힘을 합쳐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갑질 횡포만은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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