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세 청년의 죽음..안전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2016. 6. 1. 00: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의역 9-4 승강장. 한국 사회가 멈춰선 곳이다. 공기업 직원을 꿈꾸던 19세 청년이 이 승강장에서 스러진 뒤 뜯지도 못한 컵라면과 스패너, 드라이버만이 남았다. “책임감 강하고 지시 잘 따르는 사람에게 남는 건 죽음뿐”이란 어머니의 통곡이 가슴을 친다.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직원 김모씨가 숨진 뒤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죽음은 ‘불의의 사고’가 아닙니다.” “열아홉 살 비정규직 노동자.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아들.” 승강장엔 포스트잇이 붙고 국화꽃이 놓였다. 어제는 여야 의원들이 구의역을 찾아 서울메트로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서울메트로 등을 대상으로 안전관리실태 특별감독에 나선다고 한다.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하는 것은 구의역의 비극이 왜 일어났느냐다. 서울메트로는 2013년 성수역 사고와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 후 스크린도어 수리 때 2인 1조로 작업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매뉴얼은 현장에서 지켜질 수 없었다. 최저가 낙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한 결과 수리 작업은 비용 절감에만 맞춰졌다. 사고 당시 근무조 6명이 서울 강북 49개 역의 장애 처리를 맡다 보니 2인 1조 출동은 불가능했다. 안전 업무의 저비용 외주화가 허울뿐인 매뉴얼을 삼켜버린 것이다. 또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에서 도시철도공사 관할의 5~8호선보다 5배(2014년 기준) 많은 고장이 빈발하는 이유도 역마다 규격이 다른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승강장에 붙은 추모 문구대로 “문제는 매뉴얼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한 하청업체 비정규직의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뒤늦게 서울 지하철 안전 관련 업무의 외주를 근본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을 비용의 문제로 보는 물신주의의 망령은 청산돼야 한다. 그것이 숨 돌릴 틈 없는 정비 속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한 젊은이에 대한 예의다.

반기문·박 대통령 '평행이론'?··· 겹치는 지지층 보니

"한국 곶감만 빼먹으려···" 美, 대선 앞두고 한국 압박

“판사님 내 말 좀…” 이세돌 고향 비금도에 법정이 열렸다

예쁘지도 잘나지도 않은 오해영··· 직장女 인기 비결

'미인도' 저작권 승인서 사인, 천경자 필체와 달라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