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응급실에는 응급 환자만 가게 하자

입력 2015. 7. 1. 00:03 수정 2015. 7. 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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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41개 응급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500만여 명 중 24%가 비응급 환자로 나타났다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는 응급실 이용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응급실 병상을 취객이나 단순발열 등 가벼운 증세의 환자가 차지하거나 의료쇼핑객들이 상급병원의 입원 병실을 구하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문제는 정작 위급한 급성의식장애·뇌손상 등 중증 환자의 진료가 지장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응급실은 감염 온상이 돼버렸다. 전염병 전파자를 포함한 여러 환자·보호자가 뒤섞여 병실이 날 때까지 며칠씩 머물기 때문이다. 이런 후진적 의료문화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차 사태의 주범이었다.

 이제 응급실을 응급 환자만 이용하도록 개혁하는 일은 병원 감염 가능성을 차단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관건이 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의 의료전달체계를 적극적으로 손봐야 한다. 필요한 환자는 굳이 응급실 우회라는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상급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그럴 필요가 없는 환자는 설득·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 응급실 이용에 적용하고 있는 추가 수가에 더해 비응급 환자에게는 더욱 강력한 차등 수가를 적용하는 것도 꼭 필요한 환자만 응급실을 이용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 응급실이 감염에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환자를 보호할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응급실이 수두룩하다. 돈을 들여 장비와 시설을 투자해야 할 응급실이 널려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선진국 응급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 응급실은 의료진·환자용 진찰·진료 구역이 보호자용 대기실과 엄격하게 구분된다. 보호자·방문객의 환자 면회는 머리·몸·신발을 감염방지 복장으로 덮고 손발을 철저하게 세척·소독한 다음에야 제한된 시간에만 가능하다.

 눈여겨볼 점은 진료 구역을 일반응급환자용, 외상환자용과 감염위험환자용으로 구분해 서로 뒤섞이지 않게 관리한다는 점이다. 감염을 차단하는 음압실을 응급실에서도 운영한다. 응급실 출입구는 아예 외부에서 열 수 없게 돼 있다. 이를 보면 외부 사람이 맘껏 드나들 수 있는 한국 응급실의 감염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신종 전염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으려면 철저한 응급실 감염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응급실의 감염방지 시설투자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응급실 의료수가를 조정해 병원 경영진의 시설투자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응급실에는 응급 환자만 가도록 우리의 의료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보호하면서 응급실 기능도 정상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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