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자살 행위다

중앙일보

국제 화학무기 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1년9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 궁지에 몰린 정부군이 화학무기 사용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OPCW는 7일 성명을 통해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역사상 처음으로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치명적 실수 가능성에 경종을 울렸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무력 개입 가능성까지 암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알아사드 정권의 폭압적 통치에 대한 항거로 시작된 내전으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만 4만 명이 넘는다. 알아사드가 전세 역전을 위해 반군 세력에 화학무기 사용을 승인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반(反)인륜 범죄가 될 것이다.

 1997년 4월 발효된 CWC는 모든 종류의 화학무기 개발·생산·보유·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전 세계 188개국이 협약에 가입해 OPCW의 감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는 북한·이집트·앙골라·소말리아·남수단과 함께 미가입국이다. 따라서 시리아의 정확한 화학무기 개발 및 보유 실태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약 1000t의 독가스와 신경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 보유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리아는 지체 없이 CWC에 가입함으로써 불(不)사용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라크의 독재자였던 사담 후세인은 88년 3월 북부 쿠르드족 주민에 대해 화학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약 5000명의 사망자를 포함,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자국민에 대한 천인공노할 만행이자 범죄 행위였다. 후세인의 처참한 말로는 누구보다 알아사드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화학무기 사용은 자살 행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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