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년 미룬 우리은행 民營化, 이번엔 믿어도 될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 중인 우리은행 지분 51% 가운데 30%를 4~8%씩 쪼개 투자자들에게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0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려 했지만 5조원대 인수 자금을 지불할 투자자를 찾지 못해 무산됐다. 금융 당국은 지분을 나눠 팔면 매수자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연말까지 매각을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처럼 여러 주주가 은행을 경영하는 과점(寡占) 모델을 우리은행에 도입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2001년 12조7663억원을 들여 당시 우리금융지주 지분 100%를 사들인 이후 우리은행 경영은 관치(官治)와 낙하산 인사 탓에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정권마다 입맛에 맞는 인사를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에 앉히고 인사철마다 온갖 청탁이 횡행해 은행 실적과 주가는 바닥이다. 요즘 우리은행 주가는 1만원 선에 턱걸이해 시가총액이 장부 가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민간 은행을 사들인 뒤 이렇게까지 민영화를 미룬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스웨덴 노르드방겐이 9년 만에 민영화한 게 가장 오래된 사례인데 우리은행은 정부가 인수한 지 15년이 지났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문제는 정부가 우리은행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지가 있느냐다. 정부는 그동안 말로는 민영화를 서두르겠다며 번번이 이 핑계, 저 핑계로 매각을 미뤘다. 이번에 시도하는 지분 쪼개 팔기가 좋은 민영화 방안이라면 그동안 왜 통째로 지분을 넘기는 방식을 고집했는지도 의문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려고 전량 매각을 추진했다"는 게 정부 측 변명이지만 이보다는 우리은행 경영에 계속 간섭하면서 관료와 정치인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다.
우리 법은 우리은행 민영화 원칙으로 공적 자금 회수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 산업의 바람직한 발전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이미 이를 전부 어긴 금융 당국이 또 민영화 시늉만 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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