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을 '화학물질 공포증'에서 구해낼 방안 강구하라

2016. 5. 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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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화학물질 공황(恐慌)'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은 그동안 별다른 의문 없이 방향제, 곰팡이 제거제, 전자 모기향, 손 소독제, 물티슈, 다림질 보조제, 유리 세정제, 식물잎 광택제 등 수많은 제품을 써왔다. 그런데 갑자기 그것들이 가습기 살균제처럼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좀먹거나 치명적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4일에도 다림질 보조제와 방향제·탈취제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유독 물질 또는 호흡 곤란, 간 독성 원인 물질이 들어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보도됐다.

이런 식으로 가면 국민은 생활 화학제품 태반을 겁이 나서 쓸 수 없게 되고 만다. 손 소독도 못 하고 옷 냄새 제거 스프레이도 못 뿌리고 화분에 주던 이파리 광택제도 건강상 무슨 피해를 일으킬지 알 수 없어 쓸 엄두를 못 내게 된다. 화학물질 사용을 절제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쓸 수 있는 것과 쓸 수 없는 것 구분 없이 모조리 못 쓰게 된다면 현대인들의 생활 편의성은 수십 년 후퇴하게 된다.

환경부는 뒤늦게 살균·항균 기능의 살생물제(biocide)는 앞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원료 물질만으로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살생물 제품 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독자적 화학물질 위해성(危害性) 평가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환경 당국이 지난해 다림질 보조제 등 생활용품 3종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EU는 회원국들이 분담해 2005년부터 20년 동안 살생물제 위해성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환경 당국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이는 PHMG·PGH에 대해 2003년 '유독 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류했다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진 후에야 가습기 원료로 쓰는 걸 금지했다. 이런 결정적 실착이 반복되면 국민은 정부를 절대 믿지 않는다. 살생물제만 해도 EU는 500여 종을 사용 금지 대상으로 지정해놓고 있는데 우린 26종만 금지 물질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국내 판매 탈취제·방향제 등엔 환경부가 '유독 물질'로 지정한 원료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가 아직도 독성 물질을 엉성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국민이 생활 화학제품을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생활용품 화학 원료들의 위해성 평가를 최대한 서둘러, 안전한 건 뭐고 써선 안 되는 제품은 무엇인지 가려줘야 한다. 안전성이 불확실한 것은 불확실한 대로 정보를 공개해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제품에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기업들도 국민의 공포증을 덜어주는 일에 최대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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