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법안도 막고 보는 野, '법안 人質' 아니고 뭔가

2015. 12. 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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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批准)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 양국 정상이 서명한 지 6개월 만이다. 후속 절차를 거쳐 연내 발효하면 내년부터 연간 3조원 가까운 무역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만약 며칠만 늦어졌더라도 FTA 효과가 1년 이상 지연될 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가 이번에 FTA 비준안을 처리한 과정을 보면 나라의 앞날과 직결된 일이 이렇게 다뤄져도 되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야당은 FTA 비준안을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여당이 원하는 법안과 야당이 원하는 법안을 '1대1' 비율로 함께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준안도 처리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수출 대상 1위(25%)인 국가와 맺는 FTA를 이렇게 다루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야당이 요구하는 법안도 계속 바뀌었다 한다. 29일에만 해도 야당은 여당이 요구하는 두 법안을 통과시켜주는 대신 자기들이 요구하는 두 법안 처리를 요구하다가 30일에는 공공 산후조리원 관련법을 철회하고 학교 비정규직 관련법을 요구했다. 이것이 또 무엇으로 바뀔지 알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아무리 거래라고 해도 그것이 법안인 이상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지금 야당 행태엔 그조차 없다.

야당이 처리해주기로 한 정부 제출 법안 2건은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법이라고 부르는 네 법안 중 2건이다. 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왜 법안 거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관광진흥법은 학교 주변에도 유흥 시설이 없는 중·소 규모의 순수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무려 1140일 이상 가로막혀 왔다. 환자를 외국에서 유치하고 병원의 해외 진출도 수월하게 해주자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여야 간에 이견이 거의 없는데도 제출된 지 1년 1개월을 끌었다.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에는 야당이 충실하게 뜯어보고 여러 보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도 많이 있다. 하지만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도 만들자는 이 두 법안은 그런 내용이 아니다. 특히 의료지원법은 야당이 반대하는 의료 민영화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그냥은 법안을 처리해줄 수 없다'고 조건을 다는 게 우리 야당의 지금 상황이다.

야당은 작년 이맘때도 보육 예산을 편성해주지 않으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막판엔 자원 외교 국정조사로 조건을 바꿨다. 당시 야당 원내대표는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반성도 없다. 오히려 내놓고 연계하고 거래하자고 한다. 그러려면 어떤 법안이든 일단 인질로 잡아놓아야겠다는 식이다. 야당이 국가의 장래와 민생에 직결되는 법안들을 정치적 속셈으로 가로막는 이런 악폐(惡弊)를 권력으로 알고 계속 누리겠다고 해도 현행 국회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 다만 국민이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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