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면허 제도 개선 어물쩍 넘어갈 조짐 보인다

2015. 12. 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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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나의원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가 의료인 면허 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전문가와 의료인 단체로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협의체를 구성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결격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나의원 K원장은 2012년 뇌내출혈로 장애 등급 2급(뇌병변 장애 3급 및 언어 장애 4급) 판정을 받아 주사를 놓기도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진료를 계속하면서 주사기·주사액을 재사용해 내원자 76명에게 C형 간염을 감염시켰다.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미개한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모두가 의사 면허를 한번 받으면 사실상 평생 써먹을 수 있게 한 제도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보건 당국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터진 뒤에 복지부가 내놓은 개선안도 구체적인 건 하나도 없고 전부 앞으로 논의해보겠다는 식이다. 자책하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복지부가 국민을 안심시킬 제도 마련을 주도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한 부처인지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의협은 의료인에 대한 보수(補修) 교육 강화와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상황 모면용이다. 의협 자체적으로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안을 내놓아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아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제3의 기구에서 의료인 면허를 주기적으로 심사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란 사실도 드러났다. K원장의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처분은 '비도덕적 의료 행위' 조항을 적용해 1개월 자격정지에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아내의 무면허 의료 행위를 방관한 혐의로 3개월을 더해 겨우 4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4개월 후엔 현업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음식점에서 반찬을 재사용해도 영업 정지 최대 3개월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칙을 받을 수 있다. 하물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건 당국의 눈에는 이런 터무니없는 법적 맹점도 전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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