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임 대통령 세력' 만들려는 시도 성공한 적 없다

입력 2015. 10. 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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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5일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룰을 결정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지난달 28일 여야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에 전격 합의한 이후 여권 전체가 대통령·친박(親朴) 대(對) 비박(非朴)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던 양측이 일단 휴전하고 절충을 해보자며 만든 게 이 위원회다.

위원회는 앞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을 포함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한다는 방침이라 한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전략(戰略) 공천'을 할지 말지, 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 공천은 당 지도부가 일부 지역구에 한해 특정인에게 경선 없이 공천을 주는 것을 말한다.

김무성 대표는 이런 식의 전략 공천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아 왔다. 계파 공천, 줄세우기 정치의 폐단을 이번에야말로 없애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반면 친박 측은 김 대표가 말하는 공천 방식이 현역 의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해 신인 등용이 불가능하고 결국 선거에도 질 것이라며 일정 범위 내에서 전략 공천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정말 이런 것이라면 절충과 타협을 못 할 리가 없다. 총선 이후에도 2년 가까이 임기가 남는 대통령이 여당 공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면서도 공천 악습(惡習)을 최대한 제거해 나가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여권 주변에선 내년 총선에 나설 '대통령 사람들'의 명단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한다.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에도 친박 그룹으로 세력화해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 당 공천에 간여해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이 정말 그런 뜻으로 공천에 개입하려는 것이라면 비박 측과 타협이 될 리 없다. 비박 측은 이번 총선에서 확고하게 당내 우위를 확보해 다음 대선 후보 결정까지 여세를 몰아가려 한다는 관측이 많다. 그런 계산이라면 절충 자체가 힘들게 된다.

과거 많은 대통령이 재임 중에 자신의 퇴임 후 정치 기반을 유지하려고 시도했다. 그런 시도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개인을 중심으로 한 정파는 특정인과 주변 인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어서 생명력을 가질 수 없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무망한 생각은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비박도 자신들의 행태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배타적으로 행동한다면 곧 구심력 없이 흩어지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 국민은 '국민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현역 의원들이 죄다 공천을 받는 상황을 바라지도 않고, 대통령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어깨동무하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이 평범하고 상식적인 바람을 외면하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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