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명훈 같은 예술가를 내치는 나라

2015. 8.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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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씨가 서울시향 예술감독 자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서울시향 직제(職制)에 예술감독이 상임지휘자를 겸하게 돼 있어 예술감독 사의(辭意)는 두 자리 다 그만두겠다는 뜻이다. 정씨는 내년까지 예정된 연주는 청중과의 약속인 만큼 지휘하되 지휘료를 모두 시향 단원 복지와 인도적 사업에 쓰겠다고 했다.

정씨는 작년 말 서울시향 대표의 폭언 논란이 자신의 고액 연봉 시비로 번져 곤혹스러워해 왔다. 일부 시민단체가 정씨를 업무비와 항공료 횡령 혐의로 고발해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정씨의 부적절한 처신은 서울시향의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아들 부부가 쓰게 했다는 것쯤이다. 시민 세금으로 꾸리는 교향악단 책임자로서 잘못된 행동이다. 정씨는 그러나 다른 의혹에 대해선 "왜 이런 오해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해 예술감독 급여와 지휘수당으로 11억원을 받았다. 세계적 지휘자들 연봉은 20억원 안팎이다. 정씨는 연봉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일자 "왜 많이 받느냐고 묻지 말고 그만큼 일을 잘하는지 따져달라"고 했었다. 서울시향은 정씨가 지난 10년 이끌면서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정씨가 2005년 예술고문으로 영입되기 전 39%였던 티켓 판매율은 작년 92%까지 치솟았다. 시향 단원 103명은 올 3월 "정 감독의 음악적 역량과 시향에 대한 기여에 모든 단원이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며 "정 감독에 대한 악의적 비판과 공격, 왜곡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정씨는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달라고 해놓고 왜 발목을 잡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작년 말엔 "서울시가 약속했던 전용 연주 홀은 소식도 없고 3년 전부터 예산이 20% 깎였다"며 "이대로 가면 결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정명훈은 근대 100년 한국 음악계가 배출한 최고 스타다. 서울시향의 역량을 끌어올린 데 그치지 않고 나라 밖에서는 대한민국의 문화 위상을 보여주는 간판이다. 정명훈에게 들어가는 돈이 정 아깝다면 다른 값싼 지휘자를 쓰면 된다.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아무 흠결 없는 완벽한 인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런 식으로 내쳐도 된다. 그 대신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키워 아름다운 화음(和音)을 즐겨보고 싶다는 꿈은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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