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법 再議 뭉개겠다는 與, 이게 올바른 집권당 자세인가

2015. 7. 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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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은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다루는 재의(再議) 표결을 오는 6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본회의장에는 들어가되 표결은 하지 않고 집단 퇴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해버리면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국회법 개정안은 내년 5월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와 관련해 난감한 처지인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 개정안의 재의 표결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찬성해 최종적으로 법안으로 확정될 경우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가 된다. 그렇다고 지난달 찬성표를 던졌던 법안에 대해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꿔 반대하는 것도 우스운 꼴이다. 재의 표결은 비공개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런 곤혹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 본회의장에 들어갔다가 표결이 시작되면 일제히 퇴장하는 것이다. 친박 측은 이렇게 국회법 개정안 파동을 마무리지은 뒤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을 이번 파동의 출구(出口)로 여기고 있다.

사실 여야와 청와대가 얽히고설킨 이번 논란은 진행 과정 전체가 하자(瑕疵)투성이였다. 야당은 세월호진상조사위 과장 자리 하나 확보하겠다고 심야에 이 개정안을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편안 처리에 쫓겨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덥석 받아들였다. 여야 의원 대다수도 아무 생각 없이 당 지도부가 하라니까 찬성했을 뿐이라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개정안이 통과되자마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부터 정한 청와대도 얼마나 다양한 의견을 들었는지 알 수 없다. 입법부 수장이라는 국회의장조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단어 하나 바꿔 봉합하려다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그렇다 해도 이 문제는 여당이 표결 불참 같은 꼼수로 적당히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돼 버렸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헌법적 권한의 경계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언젠가는 제대로 정리해야 할 사안이다. 여야가 위헌인지 합헌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구하고 치열하게 토론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투표하는 게 옳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이번 파동은 대통령과 여당,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는 물론 이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이 걸린 사안이 됐다. 새누리당으로선 당장의 위급한 상황만 모면하려 들 게 아니라 당당하게 토론을 거쳐 표결에 임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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