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장 인사 개입한 국회나 의원을 특보로 쓴 靑, 뭐가 다른가
청와대와 국회가 29일 정면충돌했다. 여야가 이날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안과 함께 합의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 때문이다. '국회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의 행정입법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는 그 사항을 처리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청와대가 "헌법상 3권(權)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하자 야당은 물론 여당 원내대표까지 "위헌(違憲)이 아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국회는 전문성, 입법에 필요한 시간 등의 제약 때문에 법 집행에 필요한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법에 담기가 힘들다. 그래서 헌법은 법 집행을 맡을 행정부가 탄력적이고 효율적으로 시행령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행정입법권'이다. 정부가 이를 남용해 관료 권력이 비대화(肥大化)하고 '규제 공화국'과 같은 부작용이 빚어진 건 사실이다. 헌법은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사법부에 행정입법의 위헌·위법 심판권을 줬다. 이것이 3권분립 원칙의 큰 뼈대이다.
그러나 국회는 이번에 "행정입법의 합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사법부의 심판권을 침해한 것이다.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권'은 국회가 행정입법 내용까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뜻이다. 3권분립 위배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국회는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법원 권한도 그대로"라고 하지만 말장난일 뿐이다. 국회가 예산이나 중요한 법안을 붙잡아 놓고 특정 시행령을 고치라고 윽박지르면 정부가 어떻게 배겨내겠는가. 이처럼 헌법을 무시한 법안에 의원 211명이 찬성했다. 국회 재적 3분의 2를 넘는 숫자로 대통령 거부권까지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국회의 법 의식과 입법 능력에 좌절감까지 느끼게 된다. 더 한심한 건 여야가 세월호조사위의 과장 한 명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려고 세월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까지 뒀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청와대도 3권분립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여당 중진 의원 세 명을 한꺼번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특보(特補)로 데려다 쓴 게 바로 청와대이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상대방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나라의 민주주의는 점차 시들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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