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본 못 갖춘 방역 당국 '메르스 공포' 어디까지 키우려 하나

2015. 5. 3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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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감염자가 29일 5명 더 발생했다. 특히 메르스 의심환자 상태에서 지난 26일 중국으로 출장 갔다가 중국 당국에 격리됐던 회사원(44) 역시 29일 오후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국내 감염자 수는 12명이 됐다. 환자 2명은 보조 호흡장치를 달아야 할 정도로 생명이 위중(危重)하다. 당국은 뒤늦게 중국으로 출장 간 회사원이 탔던 비행기의 가까운 좌석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120명에 대해 격리 관찰을 하고 있다.

중국으로 출장 간 회사원의 경우 환자로 입원 중이던 아버지(76)를 문병한 후 19일 처음 발열 증세를 보인 뒤 27일 중국 병원에서 격리될 때까지 회사·병원·비행기·버스 등에서 수백 명을 접촉했다. 그런데도 보건 당국은 허술한 초기 대응으로 그가 아버지 병실에 네 시간이나 머물렀던 사실을 놓쳐버렸다. 그가 출국한 다음 날 발열을 호소한 그를 치료했던 응급실 의사의 신고를 받고서야 감염 의심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한 명의 감염자를 놓치는 바람에 그의 직장 동료 180명, 같은 비행기와 버스에 탔거나 그와 중국에서 접촉한 수백 명이 잠재적 감염 위험군(群)이 돼버렸다.

질병관리본부는 군대나 소방본부 비슷한 기능을 해야 한다. 전염병은 환자 한 명이 열 명에게 전파하고 그 열 명이 다시 열 명씩 전파시키면 순식간에 100명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 최악(最惡) 상황을 가정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방역 당국은 이상(異常) 징후가 발생했을 때 일시에 가용(可用) 인력, 장비, 시스템을 총동원해 대처해야 하고, 그걸 위해 평소 다양한 가상훈련을 해왔어야 한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메르스 환자 방에 아들이 네 시간이나 문병 왔던 사실을 까맣게 몰랐고 스스로 격리를 자청한 딸은 돌려보냈다. 방역의 기본을 갖춘 조직인지 의문이다.

복지부장관은 이제 와서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늦어버렸지만 그 말이라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는 물론 정부 전체가 국내외로부터 조롱과 비난의 표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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