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느닷없는 '국민연금 불입금 두 배 바가지' 국민을 뭐로 보나
여야(與野)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던 와중에 느닷없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을 놓고 국민적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는 것은 연금 가입자의 평생 연간 소득을 평균 100으로 봤을 때 은퇴 후 연금을 50 수준으로 지급하겠다는 말이다.
연금 지급액을 늘려주겠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에 맞추려면 2083년까지 1669조원 안팎이 더 필요하다. 이 돈을 정부가 다 내줄 리 없고 한국은행이 새 돈을 찍어줄 리도 없다. 가입자들이 더 낼 수밖에 없다.
여야 합의를 지키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현행 9%(본인과 사용주가 4.5%씩)에서 18.85%로 올려야 한다. 월 300만원 봉급쟁이 경우 월 27만원 떼던 것을 56만5500원으로 29만5500원씩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지금보다 연금 불입금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연금 불입을 적게 하려면 세금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 연초 300만명이 연말정산 후 수십만원씩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된 후 빚어진 국민적 반발을 생각해볼 때 정치인들이 제정신인지 의문이 든다. 보험료의 절반을 떠안게 되는 기업들은 또 무슨 죄란 말인가.
이러고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합의에 대해 '19대 국회의 가장 큰 쾌거'라고 자화자찬했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모범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사회 구조 개혁의 좋은 모델'이라고 했다. 이들은 국민에게 줄 돈(연금)을 올리겠다는 것만 정해놨을 뿐 국민이 낼 돈(보험료)을 얼마까지 올려야 하는지는 따져보지도 않았다. 연금에 대해 기초 셈법조차 해보지 않은 저능(低能) 정치의 모델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2일 웃으면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2113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절망(絶望)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국민연금 50%로 인상안'은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특위가 지난달 출범시킨 실무 기구에서 1일 저녁~2일 새벽 사이 합의했다고 한다. 야당 측이 요구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이해 당사자인 사안을 놓고 특별한 논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돌발적으로 결정해버린 것이다.
공무원연금 실무 기구 논의나 여야 간 최종 합의 때 국민연금을 대표하는 사람은 배제됐다. 실무 기구엔 여야가 추천한 학자 두 명이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정부 쪽 인사 두 명, 공무원 단체 세 명, 국회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 각 한 명씩 참여했다. 거기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맡은 기구가 누구한테 받은 권한(權限)으로 국민연금의 골조(骨組)를 바꾸는 합의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민을 정말 우습게 본다는 증거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국민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 동의(同意)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까지 정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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