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복귀 정신 팔린 崔 부총리, 경제는 副業이라는 건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2일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3.8%에서 3.3%로 슬그머니 낮췄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최 부총리는 "연초엔 나아질 것으로 봤는데 하방(下方) 리스크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작년 정도(3.3%)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초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3.1%로 낮출 때만 해도 정부 목표인 3.8% 성장을 자신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갑자기 0.5%포인트나 낮췄다.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 경기 부양책(浮揚策)을 꺼내는 게 상식이다. 최 부총리는 작년 7월 취임 직후 기존 4.1% 성장 전망을 3.7%로 낮추고 그 간극(間隙)을 메운다며 41조원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발표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카드도 꺼냈다. 그렇게 겨우 3%대 성장을 지켰다. 하지만 이번엔 부양책을 꺼낼 기미도 없다. 최 부총리는 오히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최 부총리는 같은 자리에서 "취임한 지 10개월이 다 돼간다"며 "소임을 빨리 마치고 정치판에 다시 가야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내년 4월 총선에 나가려면 늦어도 연말에는 그만둬야 한다. 최근 여권에선 최 부총리가 친박(親朴)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여름쯤 당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말이 돈다.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경제팀을 책임지고 이끄는 자리다. 선거에 한눈팔면서 '떴다방' 굴리듯 시한부(時限附)로 일할 자리가 아니다. 우리 경제는 지금 2~3%대 저성장에 고착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연초부터 수출·생산·소비 지표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치인이 경제부총리를 잠시 맡았다가 복귀하는 일이 반복되면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큰 상처가 생긴다. 최 부총리가 여기서 경제 회복을 팽개친다면 실패한 부총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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