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연말·연초 국제사회 복귀 기회 놓치면 후회한다

조선일보

10~22일 사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던 북한이 9일 갑자기 "우리 과학자들이 '광명성3'호 2호기 발사 시기 조절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이 이미 발표한 미사일 발사 계획을 조절하겠다고 예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국무부는 이미 "북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국· 일본 과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에 실질적 압박을 주기 위해 북한이 제3국에 차명 또는 가명으로 만든 계좌를 찾아내 동결하는 방안도 한·일과 논의해왔다. 중국도 7일 "북한이 신중히 행동하길 바란다"며 북을 압박했다. 중국의 새 집권층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정말 중국이 북한의 동북아 안정 교란 행동을 억지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가 국제적 시험대에 오르는 것에 부담을 느껴왔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연기가 이런 국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뒤늦게 발견된 기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시간 벌기일 수 있다.

일본은 북 미사일이 일본 쪽이 아닌 서해 상공을 지나 동중국해 방향으로 발사되는 것을 알면서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7곳에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했다. 노다 총리는 자위대에 미사일이 일본 영토를 향하면 요격하라고 명령했다. 일본의 모든 정당이 오는 16일 총선거를 앞두고 평화헌법 개정을 비롯한 우경화(右傾化)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일 북 미사일이 예정 항로를 이탈해 일본 쪽을 향하면 이런 선거 분위기가 일거에 달아오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미얀마 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이 2009년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지난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미국이 제안했던 대화 기회를 걷어차 버렸던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우리 대선에서도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집권 후 북과 대화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북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 남북 대화의 고리를 풀기는 한동안 어려워질 것이다.

북이 핵과 미사일로 협박할 때마다 관련국이 북에 협상하자며 매달리던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일본엔 재무장의 명분을 쥐여주고 국제사회로부터는 더 가혹한 제재를 받게 될 뿐이다. 북한은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이해 당사국에 새 지도자와 정권이 출범하는 올 연말과 내년 초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붙잡을 호기(好機)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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