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공약, 허황된 숫자 아닌 세부 실천 계획 내놓으라

조선일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가 이달 3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의 10대 공약 중 가장 먼저 실천되기를 바라는 것은 일자리 창출 공약(20.2%)으로 나타났다. 경제 민주화(11.6%)나 생애주기별 복지(5.2%) 공약에 거는 기대는 순위가 그 뒤로 밀렸다.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 중에서도 복지(14.1%)와 경제 민주화(11.5%)에 비해 일자리 혁명 공약(18.3%)에 대해 가장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 후보는 그동안 복지와 경제 민주화 정책을 놓고 서로 한발 더 나가는 내용을 담으려고 경쟁했으나, 국민의 최고 관심거리는 일자리로 확인된 것이다.

박 후보는 고용 창출형 성장을 통해 매년 57만개씩 고용을 늘리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임기 중 공공 부문에서 40만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50만개, 여가산업에서 20만개씩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두 후보는 그 많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 모두 재임 중 몇 백만개씩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0%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이나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껏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문 후보는 모두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고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겠다고 했다. 대기업·공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기업이 정규직을 늘리고 고령 사원의 정년을 늘려주려면 신규 채용을 축소할 것이다.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게 되면 기존 직원을 억지로 내보낼 수밖에 없다. 우리 고용 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층과 중년계층 등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임금 등 이익 배분을 놓고 대타협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다.

두 후보는 오늘 경제·복지 문제를 놓고 벌이는 2차 TV 토론에서 국민적 관심사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심도(深度) 있는 토론을 해야 한다. 허황된 숫자만 들먹거릴 게 아니라 한계점에 도달한 고용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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