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부 전체 차관급 대우자의 절반이 검사라니

2012. 10. 1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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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경찰은 차관급이 청장 한 명뿐인데 검찰은 55명이다. 국민이 이를 납득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검찰에서 차관이 아니면서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는 검사장을 말한다. 검사장은 전국 17개 지방검찰청과 5개 고등검찰청의 장, 고검 차장, 대검 부장, 법무부 실·국장 등을 맡고 있다. 법무부·검찰에 있는 차관급 대우자 55명은 행정부 전체 차관급 대우자 105명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검사가 임관 후 20년 정도 지나 검사장이 되면 보수와 의전(儀典)에서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관용차와 전속 운전기사도 제공된다. 과거 군사정권들이 검찰 권력을 정권 유지에 활용하려고 검사장을 차관급으로 대우해주기 시작했다. 민주화 이후엔 신규 임용 검사가 늘어나면서 검찰에 인사 적체가 심해지자 인사 숨통을 틔운다는 명목으로 틈만 있으면 검사장 보직을 늘려 왔다. 검찰을 호의적으로 보지 않던 노무현 정권조차 2007년에만 검사장 자리를 8개나 늘려줬다. 일부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이 자신이 정권 핵심과 가깝다는 것을 과시해 검찰 조직을 장악하려고 검사장 보직을 하나둘씩 새로 만들다 보니 행정부 전체 차관급의 절반을 검찰이 차지하는 기형적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2004년 개정한 검찰청법은 검사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 두 가지로만 정했다. 그 당시 검사장이란 직급도 없앴다. 검사는 검찰총장을 빼곤 다 계급이 똑같으니 승진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는 취지에서 이렇게 바꿨다. 그러나 검찰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계급 체제의 관행은 그대로 남아 있어 검사들은 아직도 검사장을 계급으로 여기고 있고, 검사장이 되려고 정권 실력자들에게 인사 청탁을 하거나 수사하면서 정권 눈치를 보는 악습이 이어지고 있다.

판사들은 사회적 권위(權威)를 기반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사법부의 업무 속성상 행정부처보다 직급을 높게 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검찰이 행정부 소속인 검사의 직급을 판사 직급과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없다. 검찰은 수사·정보 업무를 다루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직급까지 높으면 검사들의 특권 의식과 권위주의만 부채질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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