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적 쇄신 미적대면 성난 민심 감당 못할 것

입력 2016. 10. 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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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책 심사숙고 그만하고 의혹 연루 참모 교체부터 국정 쇄신 즉각 실행해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행태가 자고나면 새롭게 드러나면서 공분이 들끓고 있다. 일개 사인의 말에 공직자가 놀아나고 나라가 멍들었으니 국민의 참담한 심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벌은 물론 특단의 조치로 국정을 쇄신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 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수습책은 아무것도 없다. 답답한 노릇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통일준비위 민간위원과의 오찬간담회를 연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인적 쇄신을 포함해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심사숙고’는 지난 26일부터 사흘째다. 이미 국정이 마비된 비상 시국에 빠른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데 고민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지 묻고 싶다.

K스포츠재단의 롯데그룹 70억원 모금, 최씨 소유의 더블루케이 사업계획 논의 등에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이 개입하고 관여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검찰의 롯데 수사 임박을 알 만한 수석실도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대통령 최측근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 상당수가 최씨 일에 연루된 셈이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 당사자들이 모여 있는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져 증거인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인적 쇄신을 미적거릴 수 없는 이유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어떤 형태의 증거인멸 행위가 없다”고 했으나 이를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해 청와대와 내각의 신속한 인적 쇄신을 건의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하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과 회견 직후인 26, 27일 한 여론조사에선 14%까지 떨어졌다.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등돌린 것이다. 주말 서울시내 등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고 한다. 후속조치가 늦어지면 지지율이 더 내려가 자체 수습이 불가능할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예전처럼 좌고우면하며 머뭇대다 타이밍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힘빠지면 나라가 결딴난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즉각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시작으로 국정 쇄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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