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SK에 거액 요구한 최순실 세력의 후안무치

입력 2016. 10. 28. 23: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공모해 궁지에 몰린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을 거둬들이려 했던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씨가 회장으로 군림한 K스포츠재단은 지난 5월 말 롯데에서 7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롯데는 미르재단에 28억원을 낸 데 이어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낸 상태였다. 그런데도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이 후원금 35억원을 요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두 배로 냈다고 한다. 형제간 분쟁으로 인한 검찰 수사 착수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연장 재신청을 앞두고 있어 권력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안 수석은 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VIP(대통령) 관심사업이라며 독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 수석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K스포츠재단은 검찰의 롯데 압수수색 직전 돈을 되돌려주었다고 하니 뒤탈이 나지 않도록 부랴부랴 조치했던 듯하다.

SK는 80억원을 투자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이때도 안 수석이 정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과정을 점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도 SK와 이야기가 됐다며 진행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SK가 재단 설립 출연금 21억원을 낸 지 닷새 만이었다. 의구심을 가졌던 SK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30억원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최씨가 포기해 없었던 일이 된 모양이다. 당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에 전력투구하고 있었다. 정부가 심사를 질질 끌다가 7월에야 불허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 권력 주변에서 SK가 신규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기업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의 측근들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업체에 지분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거부할 경우 업체는 물론 광고주까지 세무조사를 하고 대표이사를 묻어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한다. 차씨 측근인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이런 과정에 개입한 녹취록이 나왔다.

K스포츠재단 설립 목적으로 대기업들로부터 486억원을 거둬들인 것도 모자라 자기 주머니 뒤지듯 돈을 뜯어내려 했으니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집권한 세력들이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권력을 휘둘러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자발적 모금이라고 했던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검찰에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권력을 등에 업고 조폭보다 더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