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 특검으론 의혹 못 풀어

2016. 10. 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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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국정농단을 규명하기 위한 여야 특별검사 도입 협상이 중대기로를 맞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과의 특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추 대표는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최순실 부역자’의 전원 사퇴라는 3대 선결조건을 제시한 뒤 “이것이 먼저 이뤄져야만 우리도 협상을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야당의 강공은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극대화해 향후 특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여야는 특검 도입에 찬성하긴 했지만 각론에서 동상이몽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상설 특검’이냐, ‘별도 특검’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새누리당은 현행 상설 특검을 그대로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민주당은 별도의 특검법을 제정해 수사 기간과 대상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특검 후보 2명 중에서 1명을 고르고 수사 기간도 60일밖에 되지 않는 상설 특검제로는 이번 의혹을 풀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두 방식에는 여야의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지만 야당 주장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더 많다. 이번 사태는 의혹의 핵심에 대통령이 등장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하는 특검을 임명하는 종전의 ‘셀프특검’으로는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 현 사태에 책임을 함께 져야 하는 여당이 자기에게 유리한 특검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대통령을 수사에서 제외하자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헌법상 대통령을 기소할 순 없을지라도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는 필요하다. 의혹의 몸통인 대통령을 수사하지 않고서는 의혹 해소가 불가능하다. 야당도 굳이 특검을 시행하는 마당에 3대 전제조건의 사족을 달지 말아야 한다.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검 구성이 늦어질수록 진실을 밝혀 줄 증거를 없애는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다. 여야는 특검법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임기 1년4개월이나 남은 박근혜정부가 ‘식물정부’로 전락하고, 격앙된 민심은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대학가와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과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는 형국이다. 주말에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까지 열린다. 이런 판국에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이 늦어지면 국정은 더 심한 혼돈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국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정치권의 비상한 각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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