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르·K재단 의혹, 공방 말고 사실관계만 밝히면 될 일

2016. 9. 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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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에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대기업 인사의 주장이 나와 ‘비선 실세’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해서 (모금)한 거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열린 국회 국감에서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고위인사의 증언이라면서 공개한 녹취록 내용이다. 발언 당사자의 신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녹취록 내용은 전경련이 그동안 해명한 것과 다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두 재단을 전경련이 주도해서 만들었다면서 청와대 개입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설립 시기, 모금 경위, 이사장 선정과정 등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설립 논의를 했다고 말했는데, 미르재단의 건물주는 “입주한 지 2년 이상 됐다”고 했다. 또 이 부회장은 기업들의 제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나 대기업 관계자들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들이 약 800억원을 갹출해 만든 두 재단의 총회 회의록과 정관 자료는 급조되고 위조된 정황도 나왔다. 전경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두 재단의 기업 모금에 대해 “세월호 때도 거의 900억원 모금을 금방 했다고 한다”고 했다. 두 재단의 단기간 모금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뜻인데,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세월호 모금과 비유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재단 설립 주도 인물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있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안 수석은 어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발뺌했다. 청와대 대변인도 “일방적인 의혹 제기”라고 묵살했다. 하지만 녹취록에 등장하는 미르재단 관계자의 말을 보면 무시하고 넘어갈 계제가 아니다. “이사장님, 사무총장님, 각급 팀장들까지 전부 차은택 단장 추천으로 들어온 건 맞다”며 차 단장을 통한 최씨의 인사 개입을 암시했다. 차 단장은 최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의혹 제기와 부인을 되풀이하는 소모적인 진실 공방은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조치를 취해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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