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멍들게 하는 '우병우 부작용'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어제 “이 특별감찰관이 지난달 21일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박 전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이사장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피해자로부터 1억원을 빌려 일부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피해자의 진정을 받고 박 전 이사장을 조사한 뒤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해 지난 18일 직권남용, 횡령 등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점에서 첫 감찰 대상자는 우 수석이 아니라 박 전 이사장인 셈이다. 대통령 동생이 사기 혐의를 받는 것에 민정수석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박 전 이사장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면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가만있었다면 더 심각한 일이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민정수석의 주요 업무다. 특별감찰관 제도를 핑계로 민정수석이 대통령 주변 단속을 손놓고 있어도 되는 건 아니다.
박 전 이사장 검찰 고발은 이 특감이 우 수석 외에 ‘박 대통령과 가까운 차관급 이상 고위 인사’ 관련 2건의 감찰을 개시했다는 언론 보도 때문에 드러났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차관급이 아니라면 대통령 친척을 감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 동생 고발이라는 중요 사안을 뒤늦게라도 확인하기는커녕 모른 척 넘어가려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통진당 해산 때문에 현 정부에 불만이 많은 좌파 세력이 합작해 ‘대통령 흔들기’에 나선 게 이번 우병우 논란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는 1993년 음주운전 사고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겼던 사실을 민정수석실에 밝혔는데도 청와대가 눈감아 줬다. 음주운전 때문에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거부됐는데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이 후보자의 음주운전 사고를 문제삼는 것도 ‘대통령 흔들기’로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 수석이 고유 업무인 친·인척 관리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게을리하고, 숱한 비위 의혹을 받고 있어도 ‘우병우’의 ‘우’자도 꺼내지 말라는 것은 불통 국정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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