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급식 총체적 부실, 위생·처벌 규정 대폭 강화해야

2016. 8. 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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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부가 발표한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를 보면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학교급식 관리가 이토록 허술했는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합동점검단이 4월부터 석달간 학교급식 식재료 생산·유통·소비의 전 과정을 처음으로 종합 점검해 적발한 비리·법령위반 사례가 677건에 달했다. 전국 식재료 생산·가공·유통업체 2415곳을 조사해 129곳에서 20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고, 법령위반이 의심되는 초·중·고교 274곳을 조사해 471건의 비위행위를 적발했다. 4개 학교급식 제조업체가 2년 반 동안 전국 3000여개 학교 영양사 등에게 16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뿌린 정황도 확인했다.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던 학교급식 문제의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학교급식은 생산에서 유통·소비까지 전 과정이 총체적 부실이었고 급식 관련 비리가 만연했다. 업체들은 입찰담합으로 급식 사업권을 따냈고 학교 측은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 그 결과 곰팡이 감자가 ‘유기농 감자’로 둔갑했고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이 버젓이 반찬으로 올랐다. 식재료 보관창고나 운반차량의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다. 수많은 학교의 학생들이 급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개학하자마자 전국 각지의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부실 급식 실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제 하루에만 서울과 경북, 부산, 대구의 고등학교 5곳에서 700여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고, 이들에게서 모두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정부는 오늘부터 학교 급식소와 식재료 공급업체를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는 학교급식 운영 실태 공개와 급식 비리 실시간 감시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한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 정도에 그칠 일이 아니다. 벌써부터 과거에 내놓은 대책을 재탕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박근혜정부는 불량식품을 국민안전을 위해 반드시 척결해야 할 4대악 가운데 하나로 꼽았는데, 학교급식조차 안전한 먹거리인지 의심되는 현 실태에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급식은 전국 1만1698개 초·중·고교 학생 614만명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려면 훨씬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 학교급식 위생 기준과 위반 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교급식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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