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0조 국민연금 운용이 구멍가게 수준이라니..

2016. 8. 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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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운용이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한다. 국민연금공단의 내부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직원 32명이 기금 운용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해 무더기로 경고 또는 주의를 받았다. 이들은 국내외 주식·채권·부동산 대체투자, 운영전략과 내부통제 등에서 투자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업무에 한해 자체 감사한 결과가 이렇다.

내부 감사에서 드러난 지적 사항을 보면 기금운영본부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계속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앞선다. 우선 투자지침을 위반한 위탁운용사에게 추가 자금 배정 제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기준 이하의 수익을 낸 펀드의 경우 전액 회수해야 하는데도 아예 회수하지 않거나 제멋대로 회수액을 감액해 줬다. 해당 업체와 유착한 의혹이 짙다. 지분율 한도를 초과해 국내 주식을 매수하거나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특정 주식을 초과 보유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행위가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조차 모르는 직원들도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감사 결과는 기금 운용과 내부 통제장치에 큰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준다. 방만 운용의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낙하산 인사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기금운용의 수장을 맡고 있는 강면욱 본부장은 지난 2월 선임 과정에서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구설에 휘말렸다. 그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현 정책조정수석)의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다. 더구나 그가 대표를 맡은 5년 동안 메르츠자산운용의 누적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능력보다는 정치적 입김이 컸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홍완선 전임 본부장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연줄을 타고 선임됐다는 뒷말이 무성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기금운용상의 문제들은 대부분 홍 본부장 재임 시절에 일어났다. 이렇게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조직에서 투명한 기금운용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 중에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일하면서 발생한 착오나 실수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미비한 것을 고치라는 취지”라고 했다. 이런 안이한 인식으로 어떻게 기금운용 과정의 온갖 유착과 적폐를 뿌리 뽑을 수 있겠는가. 감사원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기금운용 전반을 감사해 전면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수술 시기를 늦추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화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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