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뱃세 폭탄 그대로 두고 "서민 세부담 경감" 말하나

입력 2016. 7. 28. 21:47 수정 2016. 7. 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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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 논란이 일었던 소득세와 법인세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조세부담률이 높아지고, 안팎의 불안한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적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세제 개편에 따라 늘어나는 세수는 연간 3171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세수 증가액이 미미하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고려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세제 개편의 첫머리에 내건 슬로건은 ‘민생세제’다. 서민·중산층 부담을 줄이는 개편이라는 것이다. 세수를 늘리기 위해 각종 소득세 감면 혜택을 폐지·축소했던 과거와 다르다. 교육비 세액공제, 출산 세액공제, 근로장려세제도 확대했다. 이런 조치로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3805억원 줄어든다고 한다.

이를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담뱃세 폭탄’으로 서민·중산층은 이미 엄청난 세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탓이다. 올해 걷어 들일 담뱃세는 약 13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12조7000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올해 법인세 예상액 46조원과 비교해도 28%를 웃돈다. 담뱃세는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역진적 특성을 지닌 세금이다. 세금 대부분은 서민·중산층의 호주머니로부터 나온다. 하루 한 갑 피우는 흡연자는 지난해부터 연간 73만원의 세금을 더 내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세수 총액에서 차지하는 담뱃세 비중은 올해 3.72%에 이를 전망이다. 구미 선진국은 1% 안팎이다. 세목 간 형평성을 보더라도 세금폭탄에 가깝다.

이런 담뱃세를 그대로 두고 “민생세제”를 외친다면 그것은 조삼모사에 가까운 말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담뱃세 인상 때 국민과 약속했던 금연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담뱃세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불황에 가계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무엇이 서민·중산층을 위한 것인지 깊이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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