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경쟁력 갉아먹는 세계 꼴찌 '경영 관행'

2016. 5. 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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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그제 국제사회로부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61개국 가운데 2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4단계나 미끄러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31위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다. 중국(25위), 태국(28위)보다 뒤처진 성적표다.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 주범은 기업 효율성 부문이다. 기업 효율성은 IMD의 4개 조사 부문 중에서 하락 속도가 가장 빨랐다. 지난해 37위에서 올해 48위로 11단계나 추락하면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영과 노동 양쪽의 묵은 관행이 기업 효율성의 발목을 잡은 탓이다. 노동시장은 작년 35위에서 51위로 급락했다. 더 심각한 쪽은 경영 관행이었다. 조사 대상 61개국 중에서 61위(작년 53위)로 완벽한 꼴찌였다.

기획재정부는 IMD의 설문조사 기간에 터진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경영 관행 평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성적표가 돌발사건 하나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부녀가 미리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도 두둑한 상여금으로 자기 배를 채웠다. 이러고도 기업과 국가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통계청은 어제 ‘4월 산업활동동향’ 발표에서 생산과 소비가 일제히 감소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고, 미래 전망은 더 어둡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0년 내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우리 경제의 추락을 막자면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절실한 과제가 경영 개혁이다. 세계 최악인 경영의 묵은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어떠한 개혁조치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쉽다. 기업의 윤리 회복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경영계의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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