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년 10만마리 이상 반려견 내버리는 무책임 사회

2016. 5. 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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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스타 송혜교의 이색 호소가 얼마 전 네티즌 세상에서 회자됐다. 자기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강아지 공장 철폐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해 이목을 끈 것이다. 5월 중순 전남 화순의 ‘강아지 공장’ 실태가 지상파 방송에서 다뤄져 공분이 인 것과 무관치 않은 호소였다. 타인 혹은 다른 생명과 교감할 줄 모르는 ‘인성 마비’ 사회의 단면이 동물 처우 문제에서 불거져 이색 호소까지 낳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생명의 가치를 비웃는 사례는 곳곳에 널려 있다. 강아지 공장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전에선 애완견이 다치자 쓰레기봉투에 담아 산 채로 유기한 40대 남자가 입건됐다. 그 전 해에는 60대 남성이 키우던 개를 진액으로 만들어 먹기에 앞서 오토바이에 매단 채 시속 50km로 끌고 가다 적발됐다. 더 큰 문제는 광범위하게 포착되는 사회병리적 증상이다. 바로 늙고 병든 반려견을 내버리는 행태다. 연합뉴스는 어제 한 해 10만마리 이상의 반려견이 몰래 내버려진다고 전하면서 ‘동물판 고려장’이라고 꼬집었다. 유기동물이 늙거나 병들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고려장’이라고 한다.

연합뉴스의 어제 보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5월10일 공표한 ‘동물보호 및 복지관리 실태 조사’를 토대로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유기동물이 8만2082마리라고 했다. 개(5만9633마리)와 고양이(2만1299마리)가 압도적으로 많다. 어제 적시된 유기동물 개체수가 10만마리를 넘은 것은 동물보호단체 등의 추정치가 공식 통계의 2∼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통계·추정치·보도 등에서 대한민국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가족처럼 가깝던 반려동물마저 변덕스럽게 길거리에 팽개치는 ‘무책임 사회’인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강아지 공장’ 공분이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이다.

현행 법제에는 동물 학대 방지, 생명 존중을 통한 국민 정서 함양 등을 입법 목적으로 하는 동물보호법이 엄연히 존재한다. 동물복지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하지만 반려동물 유기 풍토를 보면 갈 길이 멀다. 기쁨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꼴불견 행태 아닌가. 교육부 주도로 그 어떤 인성 교육을 한다 한들 이런 사회에서 인성의 꽃이 제대로 피어날 까닭이 없다. 각성이 요구된다. 한류 스타 송혜교를 내세우는 범사회적 계몽 캠페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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