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D 사업 성과 못 냈다고 연구비 환수하나
해앙수산부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한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관련 교수가 “정부출연금 환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정부출연금의 엄정한 집행을 도모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면서 출연금의 일부 환수를 요구한 해수부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 절차가 남아 있지만 산학협력단은 어깨가 무겁게 됐다. R&D 성과를 못 낸 허물에다 출연금 환수의 부담까지 겹쳐졌기 때문이다.
불씨가 된 것은 해수부가 2004년 발주한 ‘해양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사업’이다. 질환 치료를 위한 독창적 신약 후보물질 및 신기술을 개발해 2013년까지 8개 이상 기술이전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사업에 해수부는 326억여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산학협력단 연구는 별 성과를 못 냈고 해수부는 최종 연도 출연금의 70%인 14억6000만원의 환수 처분을 내렸다. 산학협력단은 불복했다. R&D 사안이 법정까지 간 이유다.
과학기술기본법은 11조에 국가가 출연·보조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뒀다. ‘중앙행정기관이 실시하는 평가에 따라 중단되거나 실패한 연구개발과제로 결정된 경우’라는 조항도 엄존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관련 연구는 목표를 한 건도 달성하지 못했고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평가에서도 ‘실패’ 판정을 받았다. 정부 조치나 법원 판결은 적법한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성과를 내지 못한 R&D 사업을 엄중 제재하는 것이 능사인지부터 의문이다.
R&D 투자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성실 실패’가 수용되지 않는 연구 풍토 속에서 생산성만 겨냥하면 부작용과 역기능이 크게 마련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과학과 R&D를 그렇게 근시안적으로 대하니 “홈런(탁월한 연구성과)보다 번트를 대더라도 꾸준히 1루에 진출(단기 성과)하는 데 만족했다”(2015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백서)는 고해성사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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