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식·땅 팔아 월급 올리라는 현대重 노조

2015. 10. 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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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자산을 팔아 월급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매각 가능한 부동산 자산만 5797억원이나 된다”며 “주식·부동산 매각 차익으로 임금을 충분히 인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 인상이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이다. 회사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주식과 땅을 팔아 임금을 올리자는 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현대중공업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 지난해에만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2013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황이 몰고 온 여파다. 조선 위기는 수주실적에 낱낱이 드러난다.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의 수주는 지난해보다 34.2% 감소하고, 플랜트 수주는 90.1%나 줄었다. 회사 경영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자구노력에 들어갔겠는가.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하순 현대차 지분 316만여주를 팔아 약 5000억원을 마련하고,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포스코 지분을 전량 매각해 2262억원을 확보했다. 자금 사정이 그만큼 급했기 때문이다.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이자고 자산을 판 것이 아니다.

노조 눈에는 회사 위기 상황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주식과 땅을 팔아 월급부터 올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은 회사가 망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조선 빅3’ 중 현대중공업 노조만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부터 출근길 조합원을 대상으로 ‘선동투쟁’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노조의 배를 채우기 전에 밥솥이 깨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행태에서 우리 경제의 걸림돌을 다시 보게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주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노사협력은 132위로 꼴찌였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같은 ‘막장 분규’가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행해진 결과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피그스(PIIGS) 국가인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좌파정권이 노동개혁에 나섰다. 노조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스페인과 이탈리아 기업들은 되살아나고 있다. 노조의 억지 요구가 판을 쳤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회사와 노동자를 위하는 길인지 현대중공업 노조는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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