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더미' 한전, 땅 판 돈으로 배당 안 된다

2015. 8. 2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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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본사를 매각한 돈으로 7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배당을 한다고 한다. ‘본사 매각대금 활용 계획’에 담긴 내용이 그렇다. 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본사 매각대금 10조5500억원의 용도로 부채 상환에 5조5176억원,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설비 투자에 3조415억원, 주주 배당에 7360억원, 세금으로 6830억원, 본사 이전 비용으로 5719억원을 배정했다. 한전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본사 이전 비용이 5719억원에 이르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유례없는 고액 배당이다. 한전은 2014년 561억원, 올해 초에는 3210억원을 배당했다.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90원, 올해에는 500원이었다. 내년 초에는 1150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내년 초 이루어질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보다 무려 13.12배나 많다.

한전의 부채는 2011년 이후 급격히 늘어 57조원에 이른다. 2010년에는 33조400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부채비율은 이 기간에 81.3%에서 130%대로 높아졌다. 최근 4∼5년 새 재무상태가 급격히 부실해졌다는 뜻으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한전이 물어야 하는 이자가 하루 32억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전의 상황이 이 모양인 까닭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를 줄일 것을 지시했고, 한전도 “부채부터 갚겠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 달라졌다. 매각 대금에서 세금을 뺀 나머지 돈의 7.46%로 배당 잔치를 벌이겠다면서 “경기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전의 지분율은 정부 21.2%, 산업은행 29.9%, 외국인투자자 28.8%다. 제 코가 석 자인데 누구에게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하겠다는 것인가.

한전이 올해 초 높은 배당을 한 것도 끊임없이 전기요금을 올려 수익구조가 나아졌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3년간 전기요금 인상률은 26%를 웃돈다. 수익구조가 좋아졌으면 빚 갚을 생각부터 해야지 흥청망청 배당 잔치나 벌이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땅 판 돈으로 배당 잔치 계획을 짜는 판에 ‘내부 돈 잔치’는 또 얼마나 심할지 지레 걱정스럽다. 한전의 부채는 국가부채 관리에 큰 짐이 되고 있다. 부채를 줄여 나라경제 기반을 탄탄히 할 생각을 해야 한다. 한전은 땅 판 돈으로 빚부터 청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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