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 전략기술' 1등 하나 없는 창조경제 현주소

2015. 5. 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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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육성 중인 국가전략기술 120개 중에서 세계 1등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1등 기술은 미국 97개, 유럽연합(EU) 13개, 일본 9개, 중국 1개다. 우리나라는 아예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한국,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 5개국의 기술력을 평가한 성적표다.

세부 평가 내역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국은 10대 분야 중 전자·정보·통신, 의료, 바이오, 기계·제조·공정, 에너지·자원 등 9개 분야에서 4위에 머물렀다. 중국에만 겨우 앞섰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턱밑까지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2010년 2.5년에서 지난해 1.4년으로 좁혀졌다. 기계·제조·공정과 전자·정보·통신 분야에선 격차가 0.6년에 불과하다. 더구나 미래 성장산업인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중국이 우리를 크게 앞지른 상태다. 2012년 당시 중국이 13개 기술에서 우리를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선 18개로 늘었다. 선진국에는 뒤쳐지고 중국한테는 속속 추월당하는 형국이다. 샌드위치 신세가 따로 없다.

우리의 연구개발(R&D)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국내 R&D 업계는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연구원들은 보수가 나은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과학영재들은 과학을 기피하는 풍조가 역력하다. 돈과 명성이 보장되는 의사나 법조계로 진로를 바꾸는 꿈나무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렇듯 꿈나무조차 자라지 못하는 풍토에서 어떻게 튼실한 열매가 열릴 수 있겠는가.

정부의 정책과 예산 투자도 겉돌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라는 정치성 구호만 요란한 뿐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 책임자들은 도전적인 연구에 나서기보다는 정권의 구미에 맞는 단기 성과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먹거리 과제는 언감생심이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건 지도 2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R&D를 가로막는 규제 장벽이 여전하고 정부의 세제 지원은 역주행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통령이 소리치고 부처가 손뼉을 친다고 창조경제가 저절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척박한 R&D 환경을 전면 점검해 보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미래 세대의 먹거리가 고갈되는 재앙을 맞지 않으려면 지금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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